지우에게.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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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안녕. 잘 있니. 요즘도 일이 많아서 주말없이 출퇴근하며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읽고 싶은 책 읽을 시간이나 에너지라도 남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그때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졌길 바라고 있어. 나는 10월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이라는 아침뉴스의 기상예보를 막 확인한 참이야. 지난 며칠은 역대 10월 중 최고 기온이었다고, 돌아오는 주에는 한 주 내내 비를 동반한 돌풍이 불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일 거라는 내용이야. 추석 연휴가 지난 지도 보름이 되어가는데 무더위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걸 보며,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길어졌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요즘인 것 같아.

 작년 여름에는 한 달 넘게 비가 그치지 않았잖아. 기억나? 잠깐 찾아보니 54일간 장마였대. 출근할 때마다 당연하게 우산을 챙겼었는데. 잠수교는 물론이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자주 오갔던 여의도 한강공원도 잠겼었어. 그때 기사에서 봤던 사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우리가 돗자리 깔고 앉던 잔디나 보고 만질 수 있던 모든 조형물이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았고, 강물에 떠 있던 배가 가로등 꼭대기에 앉은 새들 옆에 나란히 떠 있었어.

 나는 최근에 맡게된 일 덕분에 막연하게만 느끼던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 어릴 적 배웠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가 당연하고 영원할 줄만 알았지, 인간이 하는 일들이 기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근데 정말 인간이 만들고 지속해온 것들이 지구기온을 높이는 데 유효한 원인이 되고 있대. 그래서 10월 한낮에 반팔을 입어야 하는 날씨를 그냥 덥구나 하고 넘길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이제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이 지구기온을 높이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으면, 지구기온이 올라갈수록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그렇게 되면 지구는 인간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뭐라도 찾아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 명에게라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적어 보기로 했어. 눈앞에 닥친 일들로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떻게 우리일 수 있는지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계속 우리를 지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구의 안부를 전해 볼게.


전 지구적 이상 기후, 폭염, 폭우, 홍수, 가뭄, 산불  


‘중국 중부 지역 허난성,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우, 홍수로 300만 이재민 발생’ ‘서유럽 천년 만의 초강력 폭우로 대홍수, 사망자 200명 육박’ ’북미 서부 폭염으로 수백 명 사망, 데스밸리 54도, 라스베이거스 47도 기록’ ‘우주에서도 보이는 캘리포니아 산불, 한 달째 진화율 20%’ ‘캐나다 해안지역 폭염, 인근 바다생물 10억마리 떼죽음’ ‘미국 뉴욕주 집중호우로 지하철 침수’ ’한 달째 불타는 시베리아, 산불로 서울 면적 24배 규모 전소, 135년만에 역대급 기온’ ‘여름철 평균기온 10도인 핀란드, 최북단 라플란드 지역에서 기온 33.6도 기록’ ‘러시아 모스크바 폭염, 142년만에 최고 기온 34.8도 기록’ ‘미국 캘리포니아 역대급 가뭄, 맨땅 드러난 호수, 물 비상령’

  

6~7월 세계 기후위기 현상. 한겨레. 2021.07.18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몇년 간에 걸친 기사를 찾아 제일 피해가 심각한 제목을 모아봤어 라고 쓰고 싶지만 위에 나열한 재난은 2021년 올해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한 달 동안 일어난 일들이고 몇몇 가뭄과 산불은 지금도 종결되지 않은 재난이야. 인류가 기상을 관측한 이래 최대치라거나 백몇 년 만이라거나 천년 만이라는 수식어들이 계속 읽힐 거야. 이 모든 단어들이 우리가 진짜 기록에 없던 기후환경으로 돌입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아. 게다가 사람 뿐 아니라 바다나 숲에 사는 동식물들도 목숨을 잃거나 거주지를 잃거나 이전에 살아보지 않았던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인 이상기후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고, 올해 같은 혹은 더 극심한 기후재난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될 거라고 전하고 있어. 지구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야. 지구기온이 오르는 것과 기후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적어볼게.


이미지출처.
출처 : [영상] 꺼진 줄 알았는데 강릉 산불 사흘 째. KBS NEWS . 2017.05.08

참고 자료
[도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RHK
[팟캐스트] 듣똑라. Ep.91 지구 곳곳이 불타고 있다
[기사] 한겨레. 세계 곳곳 물불 안 가린 ‘이상기후’…재난 대비 시스템까지 쓸어갔다
[기사] 한겨레. 태풍 고기압 지형 맞물려, 중국 정저우 천 년만의 폭우
[기사] MBN. 북미 서부 폭엄, 산불에 몸살, 데스밸리 54도, 라스베이거스 47도
[기사] 중앙. 불길과 연기, 종말 보는 듯···한 달째 불타는 시베리아의 눈물
[기사] 경향. 폭염·폭우에 산불까지···한 달간 지구가 겪은 ‘기후재앙’
[기사] 한겨레. 우주에서도 보이는 미 캘리포니아 산불…역대 최대규모로 번져
[기사] 중앙. 맨땅 드러난 호수…역대급 가뭄 덮친 美캘리포니아 충격 풍경